Sunday, March 8, 2009

이소프로필안티피린 (게보린 등) 함유 진통제의 식약청 결정에 대하여

식약청의 이소프로필안티피린에 대한 결정

이소프로필안티피린 (Isopropylantipyrine; IPA)는 한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두통약 (상품명: 게보린) 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IPA는 재생불량성 빈혈 (asplastic anemia)과 무과립구증 (agranulocytosis)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여 미국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식약청은 IPA의 사용에 대한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15세 미만 환자에게는 사용을 금지 
2) 성인환자의 경우 IPA를 5-6회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경우 의약사에게 상담할 것을 권고

이같은 결정은 다른 두통약과 비교했을 때 IPA에 의한 부작용의 확률이 높지 않지 않다는 조사 결과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결정은 IPA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도움을 줄까?


재생불량성 빈혈과 무과립구증

IPA는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약이다.  일반약은 의사에 의한 처방과 투약 효과에 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미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재생불량성 빈혈과 무과립구증은 경미한 부작용인가?  재생불량성 빈혈은 그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 재생불량! -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한 형태의 빈혈이다.  혈구 세포들 중 과립구는 세균으로부터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과립구증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심각한 감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불량성 빈혈과 무과립구증은 약국에서 하기 불가능한 혈액 검사를 해야만 발견이 가능하다.  또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약물이 처방되기 전에 혈액검사를 하여 재생불량성 빈혈과 무과립구증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환자들이 약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IPA의 사용에 있어 새로운 지침을 마련한 점에 있어 식약청은 IPA의 재생불량성 빈혈과 무과립구증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한 것과 같다.   따라서, IPA를 일반약으로 유지시키는 것은 IPA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또한, 일반약으로 IPA를 구입한 환자들이 5-6일만 이용하도록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별로 없다.  반면, 전문약이라면 의사가 처방일수를 제한함으로써 이를 지킬 수 있다.  위의 결정대로라면 IPA로 두통을 조절할 수 있는 환자는 IPA를 5-6일보다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재생불량성 빈혈과 무과립구증이 IPA로 두통을 조절할 수 있는 환자에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IPA를 먹는 모든 환자는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조치이다.


IPA가 정말 필요한가? 

더 중요한 문제는 IPA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가하는 것이다.  IPA는 두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는 약물도 아니고 아세트아미노펜 (상품명: 타이레놀 등), 이부프로펜 (상품명: 부루펜 등)과 같은 진통제일 뿐이다.  중요하게도 이들 다른 일반약 진통제들은 IPA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IPA가 확률은 낮지만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고 두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는 약물도 아니며 IPA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다른 일반약 진통제들을 IPA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IPA를 시장에 그냥 두는 것이 약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한다는 관점에서 가장 좋은 결정이었는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