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27, 2009

처방마다 쓰이는 소화제는 효과적이고 안전할까?

오늘은 최근의 포스팅인 약은 식후 30분후에 먹어야 할까에 관련하여 한국의 처방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소화제의 사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러한 소화제 이용은 아마도 1) 많은 약들이 위장관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 2) 소화제를 같이 먹음으로써 위장관 부담의 부작용을 줄이거나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 근거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소화제 (여기서는 위장관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광범위한 것을 말한다)로는

a) 소화에 필요한 효소들을 포함하는 것들
b) 위산이 나오는 양을 줄이거나 나온 위산을 중화시키는 것들
c) 위장관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거나 빠르게 해 주는 것들
d) 위장관에서 생긴 가스를 줄여주는 것들

등이 있다.


대부분의 약들은 고유의 화학적 성질로 위장관 벽을 자극하여 위장관에 부담을 준다. 하지만, 소화제의 종류에서 보듯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소화제가 없다. 따라서 화학적 성질로 인해 위장관을 자극하는 약의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거나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과 함께 약을 먹음으로써 약이 화학적으로 위장관벽을 자극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것이다. 일종의 음식으로 물타기작전인 셈이다.

어떤 약들은 위산을 더 많이 나오게 하여 위장관에 부작용 - 심하면 위장관 출혈 -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약들로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등)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약들의 위장관 부작용에는 위산이 나오는 양을 줄이거나 나온 위산을 중화시키는 소화제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를 먹는 모든 사람에게 위산이 너무 많이 나와 위장관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산에 영향을 끼치는 소화제는 일부 환자들 - 너무 많이 생긴 위산으로 위장관 출혈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 - 에게만 사용한다.

고혈압약인 베라파밀, 모르핀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 알파 글루코시다제와 같은 당뇨병약들은 위장관의 움직임을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하여 위장관에 부작용을 일으킨다. 보통 마약성 진통제는 통증을 치료할 때 다른 약들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처방을 하는 일종의 최후의 보루로 쓰이는 약물들이므로 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위장관 운동을 빠르게 해 주는 소화제 (정확히는 변비약)을 같이 처방한다. 하지만 다른 약들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대체약들이 있으므로 굳이 사용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 왜 병주고 약주고 해야 하는가? 뿐만 아니라 위장관 운동을 변화시키는 소화제-변비약과 지사제-들은 대장기능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등의 고유의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약들은 소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여 위장관에 부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부작용이기보다는 약의 효과인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인 위장관에서 지방의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여 지방의 흡수를 줄여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오티플라즈(상품명: 제니칼)이다. 따라서, 소화효소가 포함된 소화제를 쓸 이유가 전혀 없다.

소화제는 부작용이 없는 100% 안전한 약이 아니다. 특히, 소화제가 다른 약들과 함께 쓰일 경우 소화제는 이들이 위장관에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위의 pH, 위장관의 운동 속도 등은 모두 약의 흡수에 영향을 끼친다. 즉, 어떤 약들-일부 항생제, 일부 칼슘제제, 철분제 등-은 위에 산이 있어야만 흡수가 잘 된다. 위장관이 빠르게 운동하면 약들이 위장관에서 흡수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정리하면, 위장관 출혈 가능성이 있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먹는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소화제를 다른 약의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소화제는 오히려 다른 약의 흡수를 줄일 수 있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약에 의한 위장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을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다.